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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
그동안 모바일, AI 반도체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이나 계기판 등 전자장치나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이전까지는 단순한 작동 제어 부품에 사용되어 가격도 낮고 다른 반도체에 비해 교체 주기도 길어 상대적으로 반도체 업계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대중화와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차량용 카메라, 자율 주행 등 자동차의 고도화된 기능들로 인해 고성능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해지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필요한 반도체 개수는 2~300개 가량인데 이제는 최소 2,000개 이상이 필요하게 되어 한 대당 수요량이 10배 가량 증가하게 되어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전 분야에서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0% 수준이지만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40년 전 세계 자율주행 자동차 수는 33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여지는 등 고성능 반도체가 가장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중화될 시기가 머지 않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3년 현재 약 760억 달러(한화 약 100조 7400억원)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9년 약 1430억 달러(한화 약 19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어 시장 성장 규모는 연평균 약 11%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생산 기업들의 움직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새로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 중입니다.
현재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강자는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현재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B2B 거래에 중점을 둔 전략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되며, 삼성전자는 2025년 마이크론을 넘어 1위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자율 주행,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을 위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 공급을 통해 이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차량의 첨단화와 전동화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삼성전자는 LPDDR5X, GDDR7, Shared Storage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해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중화와 더불어 크게 발달하게 될 것이 인포테인먼트인데요, 아무래도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차량 안에서 운전이 아닌 자유로운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때 필요한 가장 큰 축이 그래픽 D램입니다.
그래픽 D램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해 11월 첨단 패키지 기술(FOWLP)를 활용한 그래픽 메모리 GDDR6W를 개발하여 기존 제품보다 성능과 용량을 2배 개선했습니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차량용 5G 통신칩 '엑시노스 오토 T5123'과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7', 전력관리칩(PMIC) 'S2VPS01'을 생산 중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카메라에 탑재하는 이미지 센서 경쟁력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현재 이미지 센서 업계 1위는 일본의 소니)
삼성전자는 자동차 OEM 고객사도 확대 중입니다.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올해 6월 현대자동차에 '엑시노스 오토 V920'의 첫 공급 물량 수주에 성공했으며,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생산 경험을 토대로 엔비디아, 모빌아이에 이어 올해 2월 암바렐라와 고성능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을 체결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활발한 영업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인수한 파운드리 업체 '키파운드리'와 기존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SK하이닉스시스템IC)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는 중입니다. 그리고 차량용 반도체 전담 조직을 세분화하여 제품 개발과 마케팅 구체화를 진행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비중을 두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인텔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였으며, 향후 10년간 유럽에 800억 유로(한화 약 112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독일에 약 100억 유로(약 14조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움직임
2021년~2022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경험했던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직,간접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8월과 올해 6월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두 차례 투자를 진행했으며, 지난 8월 초에는 캐나다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에 5천만 달러(한화 약 662억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고성능 반도체 기술 내재화까지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7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하여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피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대해 논의하는 등 향후 고성능 반도체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려는 의지를 표장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도 반도체 회사들과 협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BMW사의 경우 올해 3월 삼성전자와 협업하여 차량용 고성능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일본 도요타자동자는 일본 내 기업 8곳과 반도체 생산을 위한 새로운 회사 '라피더스'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를 통해 자율주행에 쓰일 고성능 반도체 4종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수익성이 낮아 외면받아왔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면서 관련 업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및 자동차 생산업체들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하여 거대해지는 시장의 파이를 성공적으로 차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